2010년 1월 12일

2010년 1월 12일

아이티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났다.

땅은 47초동안 흔들렸고 그위에 있던 31만명이 죽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생명을 제외한 모든 것을 잃었다.

처음 아이티에 가야 했을 때, 무서웠던 것 같다.
사망자가 너무 많아서 불도저로 시체 더미를 치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터라,
그 섬뜻한 광경을 마주하기 두려웠다.

하지만 아이티에서 나를 떨게 만든 것은, 죽음이 아니라 가난이었다.
죽어있는 시신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지독한 가난.
가난은 그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2011년 1월 12일

아이티 재건복구사업 성과보고서를 작성했다. 마음이 어려웠다.
지난 1년간 갖은 노력은 다 어디에 간 걸까. 무엇하나 이룬 것이 없었고
사람들은 1년 전을 기억하지 못했다. 재난은 잊혀졌다.
서른살 한해는 그렇게 부끄러웠다.

2012년 1월 12일

지난 주말에는 Cabarete에 마지막 서핑 여행을 다녀왔다. 이제 한달 후면 한국에 있을 것이다.
이사짐을 챙기고 떠날 마음에 부풀어 있었다. 나는 1년 전을 기억하지 못했다.

2013년 1월 12일

companion [kəm|pӕniən]: 1. 동반자, 동행 2. 친구, 벗
라틴어 함께(com), 빵(panis) 두 단어를 합쳐
‘함께 빵을 나누어 먹는 관계’를 뜻하던 단어입니다.

Soap Companion은 세상의 아이들과 함께 한조각 비누를 나눕니다.
깨끗함을 누리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아이들.
그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세상의 변화는 시작됩니다.

Soap Companion
changing the world, one soap at a time.

2013년, 결국 시작된 이 사업을 어떻게 설명할지 함께 고민했다.


<분노의 집필, 2013>